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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추적기의 좌절, 우연인가 필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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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섭 기자 작성일승인 2017-08-29 17:50 수정 2017-11-0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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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추적기 '센스' ⓒHello

 

 

수면 모니터링 기기 ‘센스(Sense)’로 잘 알려진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헬로(Hello)가 사업을 접는다. 2012년 창업한지 5년 만이다. 유명세를 탄 수면 모니터링 업체의 사업 중단 소식은 지난 2013년 제오(Zeo)에 이어 두 번째다

 

헬로의 사업 중단 방침은 12일(현지시간) 미국 온라인 매체 엑시오스(Axios)에 의해 처음 전해졌다. 엑시오스는 “헬로는 현재 직원 대부분을 해고한 상태로 남은 회사 자산에 대한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고 전했다.

 

헬로 CEO 제임스 프라우드(James Proud)는 엑시오스 보도 직후 또 다른 온라인 매체 미디엄(Medium)에 글을 올리고 “헬로가 조만간 사업을 접게 되었다는 소식을 무거운 마음으로 전한다"라고 폐업 방침을 확인했다. 그는 이어진 글에서 “우리는 최근 몇 주 동안 센스 자산을 인수할 곳을 물색해 왔고 지금도 찾는 중”이라고 상황을 전한 뒤 “헬로 제작팀과 그동안 센스를 사랑해 준 모든 분들에 대한 고마움의 마음을 영원히 간직하겠다”고 했다.

 

헬로의 사업 중단은 업계 내에선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헬로는 그동안 자금난에 허덕여 왔고 직원들을 하나 둘씩 떠나보냈다. 최근에는 남은 자산을 헐값에라도 매각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으나 현재까지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활동량 측정계 1위 기업 핏빗(Fibit)과 최근에 벌인 자산 매각 협상도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해 불발된 것으로 보인다.

 

헬로가 업계에서 주목을 끌어 온 또 다른 이유는 CEO 프라우드의 독특한 이력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의 젊은 피’ 프라우드는 틸 펠로십(Thiel Fellowship, 원래 명칭은 ‘20 under 20’)의 원년 멤버다. 틸 펠로십은 페이팔(PayPal) 공동창업자 피터 틸(Peter Thiel)이 2011년부터 자신의 재단을 통해 운영해 오고 있는 인재 육성 프로그램. 이 실리콘밸리의 혁신적 기업가는 스타트업 창업이나 과학 연구 등을 위해 학교를 중퇴하는 20~25세 젊은이들을 매년 추려 총 10만 달러를 지원한다.

제임스 프라우드 헬로 CEO ⓒHello

 

틸 펠로인 프라우드가 대학 중퇴 2년 뒤인 2012년 창업한 스타트업이 바로 헬로다. 그는 창업 초기 1년 간을 꼬박 수면 모니터링 기기 개발에 매달렸다. 몸에 착용할 필요가 없는 웨어러블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마침내 2014년 7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킥스타터(Kickstarter)를 통한 캠페인에서 그는 240만 달러의 투자 자금을 모았다. 헬로는 이후 투자 유치에서 승승장구하며 업계의 총아로 떠올랐다. 피터 틸을 비롯한 실리콘밸리 내 인맥이 큰 힘이 됐음은 물론이다.

 

헬로는 그동안 싱가폴 국부 펀드 테마섹 등으로부터 총 4000만 달러의 벤처 자금을 끌어 모았다. 데이비드 마커스 페이팔 부사장, 댄 로즈, 휴고 바라 페이스북 부사장 등 글로벌 업계 쟁쟁한 인물들이 그에게 자금을 쾌척했다.

 

 

프라우드의 야심작인 센스는 원통형 기기와 베개에 부착하는 클립 형태의 슬립 필(Sleep Pill), 앱으로 이뤄진 수면 모니터링 솔루션이다. 침대 옆 탁자 위에 놓고 사용하는 원통형 기기는 소음, 빛, 습도, 온도 등을 추적하다 실내가 최적의 수면 조건에 이르면 녹색으로 변해 이를 알린다. 앱은 원통형 기기가 추적한 침실 내 환경과 슬립 필 클립이 탐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용자의 수면 패턴을 분석해 준다.

 

마냥 탄탄대로를 걸을 것만 같던 헬로의 추락은 다소 급작스럽다. 그러나 이는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에서 낯선 장면은 아니다. 세계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에서는 장밋빛 기대감에 스타트업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반면 다른 한켠에선 새로운 수요 창출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해 문 닫는 곳들도 속출하고 있다.

 

유명 수면 모니터링 업체의 사업 중단은 헬로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3년 문 닫은 제오의 부침은 아직도 심심찮게 회자되는 업계의 전설이다.

 

제오는 2003년 3명의 미국 브라운대 학생들이 공동 창업했다. 이 회사가 선보인 머리 밴드 형태의 ‘수면 코치’는 수면 모니터링 기기의 원조격이다. 기기는 수면 중 사용자의 뇌파를 측정해 수면 패턴을 분석해 주어 호평 받았다.

 

수면은 크게 비렘(non-REM) 수면과 렘 수면으로 나뉜다. 비렘 수면은 수면 깊이에 따라 1~4단계로 나뉘는데 1, 2단계는 얕은 수면, 3, 4단계는 깊은 수면이다. 잠 든 지 90분 정도가 지나면 최초의 렘 수면이 나타나고 이후 약 90분마다 비렘 수면과 렘 수면이 번갈아 이어진다. 우리가 꿈 꾸는 것은 렘 수면 단계로, 이때는 델타 파장(2~4Hz)보다 더 높은 주파수와 함께 눈동자의 빠른 움직임(REM, rapid eye movement)이 나타나는 반면 근육 수축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다.

 

제오를 말하면서 이른바 ‘퀀터파이드 셀프(Quantified Self)’ 운동을 빼놓을 수 없다. 퀀터파이드 셀프 운동이란 디지털 기기로 자신의 몸에서 나오는 모든 데이터를 정량적으로 측정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이려는 캠페인으로 2007년 시작됐다. 당시 제오는 이 운동 지지자와 얼리어답터 사이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2009년 6월 제오가 ‘퍼스널 수면 코치’라는 이름의 첫 번째 상품을 내놓자 IT 전문 매체 와이어드(Wired)는 퀀터파이드 셀프 운동을 처음으로 조명하는 기사를 싣고 ‘자가측정이 어려운 수면까지도 기기를 통해 측정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제오 수면 코치는 값싼데다 전문 수면 측정기인 수면다원검사에 못지 않은 정확도를 자랑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의료기 업체 존슨앤존슨 등으로부터 총 2700만 달러에 이르는 투자를 받는 등 승승장구 하는 듯했으나 2012년 말께부터 자금난을 겪더니 이듬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와이어드 등 매체들이 제오의 실패 원인에 대한 분석을 쏟아냈다. 수면 측정에 대한 사용자들의 낮은 동기부여, 핏빗 등 활동량 측정계의 경쟁 가세, 수면 시 머리 밴드를 착용해야 하는 불편함 등 요인이 지적됐다.

 

무엇보다 사용자들에게 실질적인 효용을 제공하지 못한 점이 실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뇌파 분석을 통해 사용자의 수면 패턴을 의학적으로 잘 분석해 주었지만, 정작 밤잠을 잘 자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하면 되는지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해 주지 못한 것이 실패의 근원이었다는 것. 제오의 전 CEO 데이브 디킨슨은 온라인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웨어러블 기기가 측정해 준 데이터 그 자체 만으로는 아무런 동기 부여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며 이 같은 분석 에 힘을 실었다.

 

최근 활동량 측정계의 효용을 둘러싼 논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제오에 이은 헬로의 사업 중단 방침은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 전반에 시사하는 바 적지 않다.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장은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각종 웨어러블 디바이스들은 모두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건강 데이터를 모니터링 하는 것을 원하며 그 데이터에 따라 생활 습관과 행동을 바꿀 것이다’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과연 그럴지 의문”이라며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은 너무나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successnews@successnews.co.kr

 

 

※ 참고 자료

1. 최윤섭.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클라우드나인, 2015

2. https://www.axios.com/sleep-monitoring-startup-hello-is-seeking-a-savior-2440430553.html

3. http://www.mobihealthnews.com/22410/can-personal-health-data-motivate-behavioral-change-it-depends

4. 위키피디아: Thiel Fellowship, https://en.wikipedia.org/wiki/Thiel_Fellow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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